구월의 연가
무지개 빛갈속에 청사초롱 불 밝혔나
길섶에 코스모스 춤 사위에 허리휘니
매미의 울음 소리가 노을속에 퍼지네
인생의 미완성
세상은 아름답고 갈 길은 멀고먼데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이런지
지금도 갈림 길에서 헤매이고 있구나
락엽귀근( 落叶归根 )
바람에 몸을 맡겨 날려가는 몸이지만
순리에 따라가며 원망소리 없었다네
이 어찌 세월을 탓하랴 주어지는 삶인걸
오동잎 피며는
오동잎 필때에는 날 보러 온다면서
타향간 우리엄마 약속을 해놓고는
이제는 내 머리에도 흰서리가 내렸네
동치미
낙엽이 떨어지니 항아리에 몸을 던져
겨우내 숙성하여 코끗을 톡쏘는데
인고의 삶은 지나고 봄 바람이 분다오
허수아비
십자가 등에지고 황금파도 헤가르며
지휘봉 휘두르며 비속을 버텨섰네
못나고 가진것 없어도 내 사명은 빛나리
가을
푸른옷 벗어놓고 울긋불긋 치장하니
시샘한 들국화도 벌나비 불러오네
애닯다 흰서리오면 일락천장 아니냐
란초꽃
오월의 보라꽃이 대지를 장식하니
벌나비 나플나플 향에미쳐 모여드네
여보게 저 붓가져다 시 한수를 써봅세
꽃망울
서리찬 구름속에 꽃망울 피여나서
단비에 마른목을 축이고 바라보니
해쌀이 담벽 밑에서 서성이고 있구나
뒤늦은 후회
세월에 발 담그고 악착같이 도전해도
구름이 흘러가며 통곡소리 요란하네
아리랑 고개 넘으니 첩첩산중 이더라
종이학
천개를 접으면서 사랑에 빠졌더니
못 이룰 사랑인가 훨훨훨 날아갔네
사는게 뭐 별거있나 돌고 도는 세월에
초가삼간
순이는 나물캐여 토장국 끓여놓고
철이는 고기잡아 노릇하게 구워먹던
헐망한 오두막에서 살던때가 그립네
도라지
동에서 양기받고 서쪽에서 음기받아
인고의 험한세상 다 격고 살았더니
가성비 최고인데다 상품까지 최고네
두견화
기막힌 그 옛날을 피못에 묻어두고
새악씨 분홍치마 바람에 휘날리니
두견새 동공속에다 담으려고 서두네
10월의 마지막 밤
세월을 보내려니 내 마음 서운하네
커피에 달으타니 시흥은 흐르는데
나에게 남은 시월은 몇번이나 있을까
볼 우물
보조개 그우물에 빠졌던 나였는데
지금은 어느 남자 안해가 되였겠지
원앙새 호수가에서 짝을찾아 헤메네
갈때의 서정
바람이 불어오니 흰파도 솟구치고
갈매기 어서오라 반갑게 손 젓는데
저멀리 언덕 너머로 석양노을 비끼네
해돋이
제야의 종소리에 청룡이 광림하고
동방이 밝아오니 축제가 열리는데
빛바랜 사진 들고서 추억속에 헤메네
갑진년
하얀눈 내리며는 북망산 덮으려나
한해가 지날수록 마음만 슬퍼지네
오늘도 추억 만들어 세월속에 묻는다
가을 잎새
찬 바람 가을이라 하늘도 높아지고
단풍든 나무잎은 우수수 날려가네
계절은 달음박질해 겨울문을 넘누나
지우개
태양도 가끔씩은 구름에 가리우고
우리도 살다보면 슬픔에 싸이더라
지난일 따져 뭘하랴 지우면서 살란다
겨울 보리
한겨울 대지우에 파란입술 앙다물고
눈보라 몰아쳐도 알은체 않건마는
어쩌랴 눈 이불 없다면 봄꿈이나 꿨으랴
손수건
장미꽃 수놓아서 너에게 선물했지
감동에 목이매여 말 한마디 못하더니
지금은 우리 사이가 소닭 보듯 하여라
고향
봄아씨 손잡고서 고향을 찾았더니
종다리 지저귀며 웃으며 반기는데
이웃들 어디메가고 빈 집들만 남았네
청명
청명이 돌아오니 꽃들이 춤을추고
농사철 준비하랴 농군들 분망한데
조상님 모시느라고 성묘하기 바쁘네
된장술
메주가 몸을풀어 천연술로 태여나니
임금님 수라상도 저멀리 가라하네
오호라 아리랑 고개 또 한고개 넘는다
물거품
폭포가 산을가려 천룡이 내려와서
호수에 맴돌더니 강변에서 사라지네
어쩌랴 갈매기 울면서 호수가를 맴도네
국경절에
고난을 헤쳐온 길 력사는 말하는가
지구촌 놀래우며 동방해 치솟는데
그 누가 대적하려고 카춤 추고 있는가
봄비
빗물이 하염없이 이맘을 적시우고
저 산에 까치둥지 고드름이 붙었건만
아서라 얼마나 갈까 동이트면 녹을걸
구두쇠
안먹고 안쓰면서 알뜰이 모아놓고
평생을 거지처럼 아끼면서 살더니만
갈때는 빈 손으로 가니 쓰레기가 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