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동네
김해란
강 큰길 철길 수전 한전 과수원
가질건 다 가지고 있던 동네였다.
철길과 큰길 평행선 사이에
삿갓 눌러쓴 초가집 백여채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사람사는 냄새를
모락모락 풍겼던 동네였다.
곡식 농사보다 자식 농사가
더 잘되였던 옥답이였고
어르신 에헴 한마디 헛기침이
령이고 법이였던 학당이였고
간장 한숟가락 누룽지 한줌도 빌려주고 나눠먹던 가마목이였다.
세월의 테러에 땅에 뭍혔던 령혼마저
하늘에 추방당한 동네
시간의 무덤에 깔려
이름 마저 깡그리 없어진 동네다.
사탕보다 코물을 더 빨아 먹으면서
자랏던 동네였지만
밤에 꿈을 만들어서라도
한번 더 살아보고 싶은 동네
예가 바로 내가 나서 자랏던 동네
단결촌이다.
2024년8월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