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몇몇 옛 동료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술이 몇순배 돈 후 80세가 넘은 동료 A가 나에게 물었다.
" 김동무, 지금도 농촌에 채소 심으려 다니오? "
" 그럼요, 늙그막 나의 취미 생활이니 즐겁게 다니고 있습니다. 아직도 사지가 멀쩡하고 신체에 큰 모병이 없으니 앞으로도 쭉 다닐 겁니다. "내가 대답했다.
" 참, 영명한 선택이요. 나는 심심하고 고독하여 미칠 것 같소. 원래 무도나 마작 따위는 흥취가 없고 술 마시는 재간 밖에 없는데 술친구 하나 둘 다 하늘 나라로 가버렸소, 매일 시간을 보내는 게 큰 고역이요. " A 가 부러운 어조로 말했다.
이 때, 60대 중반인 동료 B 가 손사레를 치면서 한마디 한다.
" 그까짓 채소 몇푼한다고 사서 고생합니까? 인젠 년세도 있는데 편히 쉬면서 만년을 보내십시오. 여행도 다니고 친구도 사귀면서 말입니다. 그 년세면 농촌 농부들도 인젠 손을 싹 씻고 시내에 와 만년을 보내는 분들이 많은데 무엇이 부족해서 아글타글 합니까? "
나는 그저 듣고 있는 데 A 와 B 가 목에 핏대를 세우고 옥신각신한다.
A: 할일이 없으니 우울해지고 불안하고 지루함으로 싹 머저리가 됐소, 집에서 뱅뱅 도니 노친이 시끄럽고 거치장스럽다고 나무리지---.
B : 나는 심심할 새 없습니다. 오전에 무도장에 오후에 마작 놀고 저녁에 한잔하니 그야말로 신선 놀음입니다.
A : 싹 걷어 치우오. 나의 친구 몇몇은 매일 무도장에 가 노친들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더니 영 가버렸소, 우리 아파트에서 열심히 걷기 운동해 하루에 북산으로 두세번 씩 다니던 분들 70살 전에 북산으로 영영 가버렸소, 나는 줄기차게 술만 마셔도 80을 더 살았소.
B : 갈 때가 되면 가야지, 인생이란 천년 만년 사는 것도 아니니 즐겁게 살다가 갑시다.
A : 어째 말에 가시가 있는거 같소,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
말이 별나게 번져지자 내가 인츰 제지시켰다.
" 여러분, 황혼 인생에는 원래 정답이 없습니다, 각자 자기가 하고푼 일을 열심히 하면서 여생을 즐겁게 보냅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건배합시다.
" 건배 " 우리 다 같이 땡하고 잔을 부딪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