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모작
봄
설야
처마밑에 겨울을 물고
드리워있던 고드름이
툭~툭~아래로 몸을 던진다
마당에서 볕쪼임하던 닭새끼들이
우르르 달려와서
주두리로 톡톡 건드려 본다
빨래줄에는
온 동삼 납작하게 엎데 있던
이부자리가 한껏 부풀어서
'양걸~ 양걸~ 두 양걸~' 하며
너펄거린다
큰 정자나무 곁에는
커라배들이 벌써 장기판을 벌렸다
심술통이 났는지 아매들도 한쪽에다
화투장을 펴며 군숙한양 한다
언제 나왔는지
양지쪽을 바라 보니까
무슨들레 식기들이 뱅 둘러 앉아
배시시 눈웃음치고 있다
마당 한켠에서 볕쪼임 하다가
네다리 쭉 뻗고 잠든 누렁이가
영 불부게 안게온다
개팔재가 정말 상팔재다
저기 눈을 쪼프리고 자부는
고얘도 보인다
2024.3.13